언론에 퓰리처상이 있다면, PR에는 세이버 어워즈(SABRE Awards)가 있습니다.
60개국에서 5,000건 이상의 캠페인이 도전장을 내밀고, 단 40여 개 작품만이 글로벌 무대에 오르는 이 시상식은 PR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글로벌 어워즈입니다.
팀쿠키는 올해 ‘세이버 어워즈 아시아퍼시픽 2026(SABRE Awards Asia Pacific 2026)’에 출품했고, 수상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시상식 현장에 직접 다녀오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SABRE Awards가 무엇인지, 왜 참여하게 됐는지,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PR 업계 종사자라면 한 번쯤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SABRE Awards란 무엇인가
SABRE는 Superior Achievement in Branding, Reputation and Engagement의 약자입니다. 글로벌 PR 미디어인 프로보크 미디어(PRovoke Media)가 주최하며, 전 세계 PR 캠페인과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매년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글로벌,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지역별로 시상식이 열리며, 이 중 아시아태평양 SABRE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PR 어워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심사 기준은 단순한 캠페인 결과물이 아닙니다. 전략적 사고, 창의성, 실행력,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임팩트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시상식인 만큼 심사위원단의 구성도 탄탄하고, 수상 기준 또한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특히 이 어워즈의 무게감을 더하는 건 PRovoke Media의 창립자 폴 홈즈(Paul Holmes)가 무려 26년간 이 시상식을 직접 이끌어왔다는 사실입니다. 해마다 유행처럼 생겨났다 사라지는 어워즈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오랜시간 같은 방향으로 헌신해 만들어온 플랫폼이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수상의 높은 가치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을 울린 창립자 기조연설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조연설이었습니다. Paul Holmes는 ‘EPOCH(에포크)’라는 개념을 꺼내 들었습니다. EPOCH는 MIT Sloan 경영대학원의 연구에서 밝힌 ‘AI 시대에 인간만이 보유한 역량 5가지’로 공감(Empathy), 현장성(Presence), 의견(Opinion), 창의(Creativity), 희망(Hope)을 의미합니다.
기술이 보도자료를 쓰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타깃을 설정하는 시대에서 그가 내놓은 답은 명확했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맥락을 읽고, 판단하고, 관계를 만드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야말로 휴먼 인텔리전스의 가치를 높이는 PR의 본질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26년을 이 업계에 헌신한 사람이 직접 들려주는 울림 있는 인사이트를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PR 전문가들이 그 말을 조용히 귀 기울이던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수상한 캠페인들을 살펴보면서도 공통된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화려한 결과물보다는 명확한 비즈니스 문제를 정의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한 전략과 논리가 수상의 핵심이었습니다. 좋은 캠페인은 납득이 됩니다. 올해 수상작들 역시 하나같이 깊이 있는 통찰과 차별화된 문제해결 방식을 제시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이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캠페인 수상, 그 값진 의미
팀쿠키는 이번 시상식에서 ‘테크놀로지: 소프트웨어&서비스(Technology : Software & Services)’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2,000개 이상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테크놀로지 및 소프트웨어 부문 전체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저희가 유일한 수상사입니다.
이 수상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파트너사인 AI 보안 솔루션 선도기업 ‘에임인텔리전스(AIM-Intelligence)’의 캠페인으로 받은 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또한 함께 경쟁했던 출품작 대부분은 ‘노션(Notion)’ 등 높은 인지도를 가진 글로벌 기업 및 대형 에이전시의 프로젝트 캠페인이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한국의 소규모 독립 에이전시가 이름을 올리고, 수상까지 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값진 결과였습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었던 또 하나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SABRE Awards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한국 기업 및 에이전시들이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최근 K-콘텐츠와 K-브랜드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PR 캠페인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과 에이전시들이 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더 자주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26 SABRE 어워즈를 통해 배운 것
그렇다면 어떤 캠페인이 글로벌 무대에서 이름이 불렸을까요? SABRE는 수상작만큼이나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상식입니다. 주최 측이 밝힌 기준과 저희가 직접 부딪히며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내년 출품을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첫째, 심사위원 한 명이 수백 건을 검토한다.
기자에게 하루 수백 통의 보도자료가 쏟아지듯, SABRE 심사위원 한 명의 책상에도 수백건이 넘는 출품작이 쌓입니다. 출품서는 우리가 한 일을 빠짐없이 적는 보고서가 아니라, 바쁜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한 편의 피칭입니다. 출품을 준비하며 저희가 배운 것도 결국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였습니다.
둘째, 창의성은 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우아한 문제 해결’이다.
SABRE는 창의성을 “전략적으로 적절한 해법을 찾아내는 우아한 문제 해결”이라고 정의합니다. 화려한 이벤트보다 “이 문제에 왜 이 방법이었는가”에 답하는 캠페인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현장에서 본 수상작들이 하나같이 납득이 됐던 이유입니다.
실제로 한국 PR에서 가장 익숙한 성과 지표는 여전히 보도 건수입니다. 그런데 SABRE가 가장 먼저 묻는 건 단순한 보도 건수 너머의 지점입니다. 이 캠페인이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을 바꿨는가. 저희도 출품서를 쓰면서 “몇 건의 기사가 보도됐다”는 문장 대신, 해당 보도를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셋째, 작은 팀이라서 불리하지 않다.
큰 아이디어가 반드시 큰 에이전시나 거대한 기업에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SABRE 어워즈에서 회사 규모와 예산은 심사 기준이 아닙니다. 노션 같은 글로벌 기업의 캠페인 사이에서 한국의 작은 독립 에이전시가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배경이었습니다.
한국 PR이 더 자주 불리는 무대를 위해
SABRE Awards에 다녀오면서 하나의 확신이 생겼습니다. 좋은 PR 캠페인은 언어와 국경을 넘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화려한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읽고 전략적으로 풀어내는 휴먼 인텔리전스라는 것입니다.
저희 팀쿠키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테크 기업의 한국 안착을 잇는 ‘크로스보더 커넥터’를 지향해 왔습니다. 이번 SABRE 어워즈에서 그 다리가 기업과 기업 사이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한국 PR 업계와 글로벌 PR 커뮤니티 사이에도 더 많은 연결이 필요합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한국 에이전시와 기업의 이름이 이 무대에서 불리길 바랍니다. SABRE 어워즈에 출품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언제든 팀쿠키에 연락 주세요. 저희가 겪은 시행착오를 기꺼이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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