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팀쿠키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모시고 PR을 주제로 한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PR, 꼭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부터 “글로벌 미디어에는 어떻게 나가요?”까지, 현장에서 나온 날 것의 이야기들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PR 에이전시를 창업한 팀쿠키 류태준 대표가 직접 전하는 스타트업 PR의 모든 것, 지금 시작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데, PR을 꼭 해야 할까요?
Q. PR이라고 하면 대기업이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PR에 리소스를 쏟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저는 PR을 한마디로 ‘공신력 확보’라고 정의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백커(Backer)’와 ‘퍼블릭 메시지’를 만드는 작업이에요.
백커는 우리 회사를 지지하거나 신뢰도를 부여해주는 존재입니다. 가장 쉬운 예가 투자사죠. “한국투자 엑셀러레이터가 투자한 회사”라는 한 문장이 다음 투자자에게, 잠재 고객에게, 입사 지원자에게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아실 거예요. 퍼블릭 메시지는 우리 서비스를 명료하게 표현하는 태그라인입니다. 뤼튼이 처음 알려질 때 사용한 ‘한국형 챗GPT’가 딱 그 역할을 했어요. 복잡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한 줄의 문장이죠.
사람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PR이 왜 필요한지 더 잘 보입니다. B2C든 B2B든, 누구나 처음엔 가볍게 알게 되고, 그 다음엔 믿음을 갖고, 마지막에 결제 혹은 계약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거칩니다. 투자 결정도 마찬가지고, 채용도 마찬가지예요. 이 과정에서 ‘이 회사, 믿어도 될까?’라는 질문에 답을 주는 게 바로 PR입니다.

PR은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Q. “우리는 아직 이르다”며 PR을 미루는 분들도 많은데, 적합한 타이밍이 있을까요?
A.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은 앞으로 1년은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입니다. PR은 결국 외부에 보여줄 소재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에요. 성장 중인 회사는 보여줄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만, 아직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작하면 소재가 금방 바닥납니다.
PR이 필요한 순간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투자 유치, 두 번째는 비즈니스 확장, 세 번째는 채용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절실하게 느껴진다면, 지금이 시작할 때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PR은 복리형 프로젝트라는 겁니다. 오늘 기사 하나 나온다고 내일 당장 투자가 들어오지는 않아요. 하지만 꾸준히 쌓인 기사, 링크드인 포스트, 수상 이력들이 1년, 2년 뒤엔 엄청난 자산이 됩니다.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PR을 하지 않으면 세상이 모르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목격한 두 가지 상반된 사례가 있는데요. A라는 회사는 삼성이 투자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났지만 “기술이 좋으니 누군가 알아서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에 골든타임을 놓쳐 지금은 사실상 사업을 접다시피 한 케이스가 있고, 반대로 B라는 괄목할만한 기술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활발한 대외커뮤니케이션으로 본인들의 사업성을 인정 받아 대기업에 큰 금액으로 인수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PR,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Q. 막막한 분들을 위해 첫 번째 스텝을 알려주신다면요?
전략보다 먼저 해야 할 건 ‘왜 PR을 하는가’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겁니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인지,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인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목적이 정해졌다면 가장 먼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링크드인 개설입니다. 비용이 들지 않고, 글로벌 플랫폼이며, 장기적으로 자산이 되는 채널이에요. 링크드인에서 한두 줄 짧은 코멘트와 함께 기사나 블로그 링크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거창하게 만들 필요가 없어요. 저희 클라이언트사에 기사가 나올 때마다 팀쿠키 채널에 올리고, 대표님들이 그걸 공유(퍼가기)하는 방식이 의외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기자에게 직접 접근하는 방법이 있어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단순합니다. 우리 회사와 같은 산업 분야, 혹은 경쟁사를 다뤄본 기자를 찾아서 연락하는 거예요. 네이버나 구글에서 경쟁사 이름을 검색하면 관련 기사들이 나오고, 그 기사의 기자 이름과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 기사를 쓴 기자라고 해서 경쟁사에 우호적인 건 아니에요. 우리 회사 중심의 객관적이고 가치 있는 소식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집니다.
연락할 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업계 리포트를 주기적으로 보내는 겁니다. “이번 달 AI 채용 시장 동향 정리해봤습니다” 같은 형식으로요. 기자들은 하루 평균 150~300개의 이메일을 받지만, 그중 기사화하는 건 5~10개에 불과합니다. 확률적으로 5% 안에 들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메시지가 좋거나, 우리 회사를 뒷받침하는 백그라운드가 탄탄하거나, 기자와 평소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리포트를 꾸준히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큰 이벤트가 없어도 PR을 할 수 있을까요?
Q, 투자 유치나 대형 파트너십처럼 ‘빅이벤트’가 없는 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료가 없는 회사는 없습니다. 이건 제가 정말 강하게 믿는 말입니다. 모든 스타트업은 PR에 쓸 수 있는 소재를 갖고 있어요. 다만 그걸 요리할 리소스가 없었을 뿐이죠.
소재는 크게 두 가지에서 나옵니다. 절반은 내부, 절반은 외부예요. 내부 소재로는 창업 배경 스토리, 팀의 기술적 강점, 보유한 정량 지표, 고객 레퍼런스 등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왜 이 문제를 풀려고 했는가”라는 창업 스토리는 대중에게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외부 소재로는 산업 트렌드, 정부 정책 키워드, 해외 유사 사례 등이 있어요. ‘스마트팜’이 정부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면, 그 흐름 안에 우리 회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건 단순히 1인칭 관점의 기사보다 3인칭 관점에서 바라본 메가 트렌드 안에 우리 이야기를 녹이는 방식입니다. “우리 회사가 이런 걸 했다”보다 “이 산업에 이런 변화가 있는데, 우리가 그 중심에 있다”는 스토리텔링이 훨씬 더 많은 독자에게 와닿아요.
또 하나, PR·마케팅·브랜드 전략은 따로 노는 게 아닙니다. 세 가지는 연결되어 있어요. PR의 시작과 끝은 결국 우리 회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정의한 다음, 이를 언론 홍보와 자체 콘텐츠 전략으로 분리하는 큰 틀의 브랜드 전략입니다. 단순한 액션의 연속이 아니라 계획이 있어야 그리고 언론 홍보로 나가는 메시지와 자체 콘텐츠로 소화하는 메시지가 일관성을 가져야 스노우볼이 만들어집니다.

글로벌 미디어에는 어떻게 나갈 수 있나요?
Q. 블룸버그, 테크크런치 같은 글로벌 매체에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저희가 추천하는 방식은 3단계 스노우볼링 접근법입니다.
1단계: 국내 미디어 공략
처음부터 해외 유명 매체에 연락해도 써줄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검증된 회사라는 걸 먼저 보여줘야 해요. 국내 미디어에서의 보도가 쌓이는 게 시작입니다. 국내에서 국문·영문 기사 레퍼런스를 쌓아나간 이후 글로벌 매체에 접근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2단계: 국내 영문 미디어 확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신문 등 주요 언론사들이 모두 영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영문 아티클이 핵심 재료가 됩니다. 한국에서 나온 기사지만 영어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 미디어에 피칭할 때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어요.
3단계: 글로벌 매체 독점 제안
영문 아티클이 몇 개 쌓이면, 해외 기자들에게 이렇게 접근합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잘 나가는 회사인데, 아직 해외 매체와 제대로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익스클루시브(단독)로 가져가시겠습니까?” 기자들은 단독 인터뷰 기회에 반응합니다.
글로벌 PR에서 한 가지 더 중요한 건, ‘최초’, ‘유일’, ‘1위’처럼 증명 가능한 수식어를 확보하는 겁니다. 이런 수식어는 국내외 어디서든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누구와 묶이느냐가 포지셔닝의 절반입니다. ‘코리안 퍼플렉시티’처럼 글로벌 독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붙이는 전략이 필요해요.
AI 시대에도 언론 기사가 여전히 중요한가요?
Q. 요즘은 네이버가 아니라 챗GPT나 퍼플렉시티로 검색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A.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가 정보를 끌어오는 소스가 결국 텍스트 콘텐츠이기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AI가 뭐든 답변해주니까 블로그나 기사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할루시네이션 문제를 겪으면서 이제 사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근거와 URL을 가져와줘”라고 요청하는 경향이 많아졌습니다.
AI가 신뢰도 높은 순서로 정보를 가져오는데, 회사가 직접 이름을 걸고 쓴 공식 블로그나 공신력 있는 언론 기사가 그 최상단에 위치합니다. 레딧이나 위키 같은 곳도 소스로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결국 우리가 어디에 어떤 콘텐츠를 쌓아두는지가 AI 검색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입니다.
현실적인 팁을 드리자면, 웹사이트 보안 정책으로 검색 엔진의 크롤링이 막혀 있으면 AI도 해당 페이지를 읽어올 수 없습니다. 우리 회사 홈페이지가 크롤링 가능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기사가 나올 때마다 그 링크를 링크드인과 자체 블로그에 2차로 활용하면, 같은 콘텐츠로 노출 기회를 훨씬 넓힐 수 있습니다.
분야마다 어떤 미디어를 공략해야 할까요?
Q. 헬스케어, 반도체, 에듀테크 등 각 산업마다 적합한 미디어가 다를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희는 미디어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전문 미디어(버티컬 미디어): 해당 산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매체들입니다. 기술적 강점이나 R&D 성과처럼 업계 전문가들이 가치를 알아볼 내용에 적합해요. 반도체 회사라면 반도체 전문지, 의료 스타트업이라면 의료 전문 매체를 공략해야 합니다.
종합 일간지(조중동, 방송사): 서비스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을 때, 혹은 사회적 메가 트렌드와 연결할 때 적합합니다. ‘회식 대신 배달앱’처럼 한국 사회의 흐름과 연결된 이야기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같은 종합 매체가 다뤄줄 수 있어요.
경제 미디어: 투자 유치 소식, 비즈니스 성과를 알릴 때 적합합니다. 예컨대 다음 투자자를 타겟으로 하는 콘텐츠는 경제 매체를 통해 나가야 원하는 독자에게 닿아요. 주요 기업 성과나 MOU와 같은 비즈니스 협력 소식도 경제 미디어가 다뤄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 세 가지를 상황에 따라 나눠서 활용하시면 됩니다. 예컨대 복합적인 목표를 타깃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전문지 30%, 종합 미디어 40%, 경제 미디어 30% 정도의 비중을 기본으로 잡고, 그 시기의 목표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을 저희는 많이 씁니다.
에듀테크 회사 사례를 하나 들면, 교육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는 교육 전문지로, 학부모의 신뢰를 높여주는 콘텐츠는 학부모들이 보는 일반 미디어로, AI 교육 스타트업 투자 현황 같은 이야기는 경제지로 각각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같은 회사 이야기도 타겟에 따라 채널을 달리해야 해요.
인하우스로 내재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어느 시점이 되면 PR을 직접 운영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 같아요.
A. 저희 클라이언트 대부분이 약 2년 정도 함께 하다 보면 내재화를 고민하시기 시작합니다. 그 시점을 판단하는 기준은, PR 운영이 전략 수립보다 실행과 운영 비중이 높아지는 때입니다. 즉,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상태에서 그것을 지속하는 데 리소스의 20~30% 정도만 써도 굴러갈 수 있을 때가 적기예요.
내재화를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회사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담당자가 되어야 합니다. PR은 단순한 홍보 업무가 아니라 회사의 전략과 맞물리는 일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구조와 기술, 비즈니스를 함께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둘째, 기자들과의 관계를 직접 쌓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건 AI로 자동화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에이전시와 함께 하면서 그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이전 받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첫 한 걸음은 무엇인가요?
Q.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오늘 당장 뭘 하면 되냐”고 묻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딱 두 가지만 하세요.
첫째, 우리 회사가 객관적으로 갖고 있는 것들을 리스트업하세요. 정량 지표, 고객 레퍼런스, 수상 이력, 창업 스토리, 팀의 기술적 강점. 화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기반으로 우리가 가진 소재가 뭔지 파악하는 게 먼저예요.
둘째, 그 소재를 가지고 1년 뒤 우리 회사를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정의하세요. “유명해지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라도 괜찮습니다. 그 목표가 있어야 소재를 어떻게 요리할지가 보입니다.
PR은 마법이 아닙니다. 한 방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일이 없어요. 하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쌓아나가면 반드시 스노우볼이 굴러갑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세상이 모르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것, 그게 PR의 본질입니다.
